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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 연세춘추 [편집인칼럼] 각자 제자리에서 맡은 바를 다하는 사회를 기대하며‘덕분에 챌린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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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RN 댓글 0건 조회 23회 작성일 20-09-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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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신문방송편집인 장원섭(교육학부 교수)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낮고 넓은 테이블에, 조각 수가 많은 퍼즐을 쏟아두고 오래오래 맞추고 싶습니다… 그렇게 맞추다보면 거의 백색에 가까운 하늘색 조각들만 끝에 남을 때가 잦습니다. 사람의 얼굴이 들어 있거나, 물체의 명확한 윤곽선이 보이거나, 강렬한 색이 있는 조각은 제자리를 찾기 쉬운데 희미한 하늘색 조각들은 어렵습니다. 그런 조각들을 쥐었을 때 문득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50명쯤 되는 소설, 한사람 한사람은 미색밖에 띠지 않는다 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를요.
-정세랑, 『피프티 피플』 ‘작가의 말’ 중- 


무한히 열린 가능성을 지닌 인간에게 퍼즐 조각과 같이 정해진 자리란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지금 맡고 있는 역할들은 있다. 어떤 이는 선생으로, 어떤 이는 언론인으로, 어떤 이는 영업사원으로, 또 어떤 이는 전업주부로.

코로나바이러스-19(아래 코로나19) 감염증 사태로 온 세상이 불안하다. 이런 가운데 제자리를 지키며 맡은 소임을 다하는 의료진들이 있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겨 다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 우리나라에서 실무 책임을 지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영웅인 것처럼, 자기 일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모든 의료진이 영웅이다.

6년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우리는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 제자리를 지키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은 이들로 인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하게 됐는지를. 맡은 바를 소홀히 한 결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모두가 가슴 아파하고 있다.

모든 일은 다 그 나름대로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일을 한다는 건 단순히 생계수단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이 사회에 참여해 자신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가 일한 결과물이 물품이든 서비스든 그것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가치로운 무언가를 제공하기 마련이다. 더 나아가 그 일을 더 철두철미하게 해내려는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자기 자신을 실현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행복지수는 세계 최하위권이라고 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을 그저 ‘돈 버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인식한다. 근무 시간을 적당히 때우고 어떻게든 일로부터 도피하려 한다. 그렇게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지켜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일도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분인데 말이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같이 일의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하는 건 일하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요하다. 부당한 보상 체계, 지나친 성과주의, 사내 정치 문제, 성장 가능성 부재 등과 같이 의미 있게 일하는 걸 방해하는 일터 환경도 바꿔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각자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려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거나 유명하지는 않더라도 누구나 자신의 일에서 작은 성취감과 보람이라도 찾을 수 있다. 주어진 일일지라도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가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려면 그 일에 몰두하여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 자기 일이 왜 필요한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때때로 되뇌는 것도 필요하다. 똑같이 벽돌 쌓는 일을 하면서도 그저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성당을 짓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하는 벽돌공처럼 말이다. 몇 년 전 TV 광고에서 보듯이, 보일러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울 아빠는 지구를 지켜요”라고 자식들이 자랑스럽게 말하도록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질 수는 없을까?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덕분에 챌린지’가 우리 사회에서 널리 퍼져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참여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그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코로나 의료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그런 ‘덕분에’라는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각자 제자리에서 맡은 바를 다한다면 말이다. ‘덕분에 챌린지’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그런 작은 칭찬들로 가득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장원섭 교수(우리대학교 교육과학대학)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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